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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사람 여럿 살린 책 - 악성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
    심신치유 2022. 10. 18. 11:06

    '희생자'라는 워딩 때문에 김킨너가 자기 연민에 빠진 듯해 보일 수 있으나,

    당해보지 않은 자... 입도 뻥끗하지 마세요... 조용히 이 책을 읽으세요.

    이건 저에겐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.

    *

    읽으십시오. 읽고 행복하게 사십시오.

   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

    장 샤를르 부슈 (권효정 역), 바다출판사


    뭐라고 써도 이 리뷰보다 잘 쓰진 못할 거다.

    악성 자기애자와 그 희생자들에 관한 정신의학적 논픽션이다. 논픽션을 읽으면서 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.

    악성 자기애자에게 시달렸던 경험이 없다면 '이런 악질 인간이 있다고? 희생자들은 왜 곁에 남아있담?'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, 시달려본 적 있는 사람은 모두 책장을 넘기면서 이마를 짚어대느라 이마가 패일 수도 있다. 내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그토록 설명하고자 했고 이해받고자 했던 (그러나 설명할 수 없었고 따라서 이해받기도 어려웠던) 이야기들이 그대로, LITERALLY 그.대.로. 실려 있다.

    도착자인 악성 자기애자 앞에서 (희생자가) 이성을 잃고 화를 낸다면 그가 만들어낸 시나리오에 말려드는 것이다. "이제야 너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구나. 네가 나쁜 인간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"라고 말하며 도착자는 당신의 공격을 당신을 향해 부메랑처럼 되돌릴 것이다.

    145쪽

    갈수록 날 선 분위기가 되었어요. 제가 농담이라도 하면 그녀를 모욕하는 것이 되어버리고, 제가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오면 다른 여자가 있는 증거가 되어버렸죠. 그러다보니 저는 제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었어요. 그러자 그녀는 "너는 늘 뭔가 부자연스러워.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지?"라고 말하더군요.

    197쪽, 상담 사례 중

    이런 말을 안 들어봤다면 감사하라. 비꼬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, 사람이 사람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은 경험은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남긴다. 희생자에게는 악성 자기애자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, 악성 자기애자를 만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. 하지만 사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희생자는 본인이 희생자인 걸 모른다는 것.

    과거의 나에게 말 한 마디라도 해줄 수 있다면, 이 책을 내 얼굴에 말없이 던져주고 싶다. 진짜 1년만이라도 일찍 읽었더라면... 제3자가 간절하게 필요하던 때에 이 책을 잡았더라면. 잠도 똑바로 자지 못하고 밥도 똑바로 먹지 못했던 그 수많은 시간이 속상하다. 너무 속상하다.


    상반기, 하반기에 한 번씩 읽고 마음에 새겨야겠다. 일종의 의식처럼 연 2회 필수 완독하기.

    사람 여럿 살리는 책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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